1️⃣ “고장나기 전에 본다” – 정기 점검의 중요성
설비 유지보수는 고장이 났을 때 수리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건 **정기 점검(PM, Preventive Maintenance)**이다. 반도체 장비는 24시간 공정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만큼, 하나의 센서나 모터만 고장 나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장비 수명 주기와 장애 발생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리 계획된 시간에 부품 교체, 청소, 오일 교환, 시스템 점검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장비 가동률(Uptime)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특히 정기 점검은 신입일수록 작업의 기본을 익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구조와 기능, 이상 징후를 눈에 익히며 ‘장비 감각’을 기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2️⃣ 고장 대응의 순서 – 빠르게, 정확하게, 근거 있게
아무리 점검을 철저히 해도, 설비는 언제든지 고장날 수 있다. 고장 대응은 설비 엔지니어의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첫 단계는 정확한 현상 파악이다. 증상만 듣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건 금물이다. 전기적 문제인지, 기계적 마모인지, 혹은 환경 변수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이전 점검 이력과 로그 분석이다. 나는 매번 설비 이상 시 자동 저장된 이력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고, 조건에 따른 오작동 가능성을 필터링한다. 그런 다음, 멀티미터나 센서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범위를 좁혀간다. 고장 대응에서 ‘빨리 고친다’보다 중요한 건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 분석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고장이 발생한 순간부터 ‘어디서 문제가 시작되었는가’를 추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3️⃣ 예방정비 – 유지보수의 궁극적 목표
설비 유지보수의 가장 높은 단계는 **예방 정비(Predictive Maintenance)**다. 정기 점검은 시간에 따라 계획되지만, 예방 정비는 상태 기반 유지보수다. 예를 들어, 진동 센서 데이터를 통해 모터 베어링이 비정상 진동을 보이면, 고장 나기 전에 미리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런 예방 정비는 고장이 ‘날 것 같은 조짐’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예측하는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IoT 센서와 AI 분석을 활용한 예측 정비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데, 설비 엔지니어는 단순한 고장 수리자를 넘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자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나도 최근 한 장비에서 유압 온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감지해, 실제 고장 전에 히터 코일을 미리 교체한 적이 있다. 이처럼 데이터와 감각을 동시에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4️⃣ 점검-수리-예방은 ‘순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점검, 수리, 예방을 각각 독립된 작업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된 순환 구조다. 점검에서 이상 징후를 놓치면 고장으로 이어지고, 고장은 예방 정비 계획을 다시 조정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작업 후 반드시 점검 이력 작성과 피드백 회의를 습관처럼 한다. 팀원들과 함께 ‘이번 고장은 예방 가능했는가?’, ‘다음 점검 항목에 반영할 부분은 없는가?’를 논의하며, 매번 시스템을 보완해간다. 또, 고장이 반복되는 설비는 **Root Cause Analysis(RCA)**를 통해 설계나 운영 조건을 되짚어본다. 이렇게 돌아가는 순환 속에서 설비 엔지니어는 단순히 장비를 고치는 사람을 넘어, 장비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 순환을 이해하고 주도하는 것이 바로 ‘좋은 설비 엔지니어’의 기준이 된다.
'반도체 현직 설비 엔지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비 엔지니어의 장비 가방을 열어보면 – 필수 툴과 장비 소개 (1) | 2025.08.05 |
---|---|
실수도 자산이다 - 설비 엔지니어로서 배운 3가지 (2) | 2025.08.04 |
설비 엔지니어의 협업 상대들 – 공정, 시공, 협력사와의 관계 (2) | 2025.08.04 |
🔄 기술은 계속 바뀐다 – 설비 엔지니어의 학습과 성장 이야기 (1) | 2025.08.03 |
⏰ 하루가 다르게 움직인다 – 설비 엔지니어의 루틴과 시간관리 (2) | 2025.08.03 |